2025 표어 "처음사랑 회복하며 하나님께 충성하는 성도" (계 2:10)

2025년 12월 14일 목회자 칼럼: 주홍글씨를 넘어

주홍글씨를 기억하는가? 한 번 찍힌 낙인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버린다. 겉모습과 조건, 보이는 환경이 곧 그 사람의 가치가 되어 버리는 세상. 우리는 그 낙인을 얼마나 쉽게, 또 얼마나 무심하게 서로에게 새기고 있는가. 하지만 성경은 종종 그 낙인 너머를 보라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 숨어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보라고 우리를 부른다. 대강절은 바로 그 눈을 다시 열어주는 계절이다.

오늘 본문 말씀에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을 가장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누가는 메시아를 기다렸던 시므온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서술하기에 앞서, 카메라의 초점을 전혀 다른 곳으로 돌려 놓는다. 바로 아기 예수님의 정결 예식이 있었던 날이다.

레위기의 율법에 따르면 아들은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할례를 받고, 정결예식을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했다. 누가는 이 의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제의적 설명을 넘어, 한 가지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예수님의 가정 형편이었다. 마리아와 요셉이 드린 제물이 어린 양이 아니라 비둘기 두 마리였다는 기록은, 그 가정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음을 보여주는 단호한 증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누가는 왜 시므온의 기다림을 기록하면서 굳이 아기 예수님의 가정 형편을 먼저 보여주었을까?

여기에는 복음의 중요한 관점을 기록한다. 바로, 메시아의 탄생이 화려한 궁전이나 권력의 품이 아니라,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누가는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은 시므온의 기다림과도 긴밀하게 맞물린다. 시므온은 힘과 권세를 가진 왕을 기다린 사람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임하시는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시므온은 어떻게 가난한 부부의 품에 안긴 아기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함께 그 말씀의 은혜를 묵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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